회사 일이 바뻐서 이제서야 다시 써보네요.

전 뭐든지 경험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실패일수도, 성공일수도 있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고 글로만 아는거랑은 다른 미묘한 포인트들이 항상 있더라구요. 어렸을 적 없이 살아서인 것도 있습니다. 그 시절에 남들이 하던 경험을 해봤더라면 지금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종종합니다.

제가 샤브샤브란걸 23살인가 24살에 첨 먹어봤는데, 그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지금 돌이켜보면 유명하거나 좋은 샤브집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운전면허를 35살 즈음에 땄습니다. 서울에 대중교통 잘 되어 있는데 굳이... 란 생각이 강했거든요. 근데 따고나서 알았습니다. 젊을 때 운전면허가 있었으면 조금 더 재미있는 청춘을 보낼 수 있었겠구나... 싶더라구요.

하겐다즈 녹차맛은 42살에 첨 먹어봤는데 그 이후론 집에 재워두고 먹고 있습니다. 먹을 때마다 항상 똑같은 말을 와이프에게 합니다. '여태 이 맛을 모르고 살았다니 세상 헛 살은 것 같다고...'

그런 의미에서 웨딩그램을 만들어본 경험이 여러 가지 의미로 좋은 경험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음원 저작권을 직접 사 본 경험은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아마 직접 음원 저작권을 구매해서 서비스 용도로 써본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그 썰을 풀어봅니다.

처음 웨딩그램과 프로포즈 영상을 만들 때부터 음악을 쓰겠다는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영상에는 영화 Love Affair의 주제곡, 홈페이지는 이루마의 Destiny of Love.

옛날엔 미디파일로 홈페이지에 배경음악 까는게 흔했고, 어느날 여친과 헤어진 후 통째로 삭제해버린 싸이월드 시절에도(그래서 다행히 지금 흑역사가 없음) 배경음악은 항상 존재했고, 네이버 파워블로거 시절(한때 잘나갔음)에도 항상 음악을 깔아두고 있었고... 음악은 당연히 있어야하는거니까요.

저작물마다 조금씩 다른데, 전 음원 저작권이 필요하니 알아봅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음악의 저작권, 특히 국내 뮤지션들의 저작권은 크게 4곳의 업체가 위탁해서 관리하고 있는데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협의회, 한국음반산업협회입니다.

이 중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가장 많은 수의 음원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작권비즈니스지원센터에서 원하는 음원을 검색합니다.

여기서부터 난관이 시작됩니다. 다행히 검색에 걸리는 음원이라고 칠게요

근데 누가 그런거 알고 듣나요;;;; 유명한 뮤지션일수록 컴필레이션 앨범이 몇개인데...

검색결과가 굉장히 평이한 수준으로 나와서요. 똑같은데 다른 곡에다가 저작권을 지불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목은 같은데 연주가 다른 버전이 있으면 정확한 앨범을 모르면 난감해집니다.

(예로 임창정의 '소주한잔'은 앨범마다 버전이 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근데 그냥 가장 최근 곡이겠거니 하고 선택해버리면 최근 앨범에 멜로디가 약간 리메이크 된 버전을 선택하게 됩니다)

실연자가 다르거나, 앨범 유통사가 다르거나 하는 경우인데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곡이 맞나? 싶어서 다시 찾아서 확인할래도 정작 그 저작권 정보를 바탕으로 역으로 어떤 앨범인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1번과 2번의 이유로 좀 더 세부 정보를 보고 싶어도 세부정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기업이나 방송국에서 사는 경우를 가정했지, 개인이 사는 경우를 그리 많이 상정하진 않은 것 같더라구요.

전 솔직히 위의 3개 이슈로 제가 원하는 곡을 맞게 사고 있는건지 마지막 순간까지 헷갈렸습니다.

아니 그냥 멜론이나 유튜브 뮤직에서 다운로드 하는 경우에 저작권 허가 기능이 있고, 스트리밍 업체에게서 정산 받는게 더 빠르고 효과적인 관리 방법이 아닌가? 싶은데.... 제가 모르는 사정이 있겠져. (ROI가 안나와서라던가...)

만약 검색했는데 안 걸린다! 검색결과가 없다! 그럼 그냥 써도 되나?

등록되지 않았을 뿐, 해당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작물 검색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다고 저작권 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럼 그 저작물의 원 저작자를 찾아야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 Love Affair의 OST가 이런 경우였습니다.

현재 시점에 해당 음원의 저작권이 뮤지션, 실연자, 저작권위탁사, 발매앨범사, 기타 위탁사 중 어디에게 있는지 일일이 찾아봐야합니다...... -_- 이걸 찾는 것부터 일이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

그럼 현명한 우리 유투브가 자동으로 저작권 침해를 인식해서 어디에서 저작권 관리를 하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Love Affair의 작곡가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라서 그에게 저작권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현재는 워너 뮤직 그룹(Warner Music Group)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음을 유투브가 알려주더라구요.

자. 저작물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알아냈으면 사용 신청을 합니다.

저작권비즈니스센터에 회원가입 후 1차 구분엔 전송권, 2차 구분을 선택합니다.

홈페이지의 배경음악이니 음악감상형이겠죠?

근데 유투브 영상에 배경음악은 영상물 전송인가 음악감상인가??? 헷갈리긴 하지만 우선 음악감상형으로 신청합니다.

당시 전 도메이나 테스트 서버를 구매하지 않았던터라 URL이 없었습니다.

실제 저작물을 활용할 기간을 입력합니다. 전 대충 4개월 정도로 잡았습니다.

난 한국사람이고 청첩장 용도니 국내겠지? 근데 웹은 누구나 들어와서 보는거 아닌가? 그럼 국내인가? 국외인가? 를 고민하다가 국내로 했습니다.

신탁관리업체는 그냥 두시면 됩니다. 그럼 적합한 곳에서 연락이 옵니다.

개인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게 여기서부터 드러납니다. 사업자등록증이 필수.... -_-;;

사업자가 없는 전 서비스소개서를 중복 업로드 했습니다.

서비스 소개서도 써야합니다. 양식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글 파일입니다.

나 맥인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우선 신청은 완료!

그럼 며칠 후 각 신탁사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와서 안내와 확인 절차를 밟습니다.

근데 메일을 몇 번 주고받다가 전화가 왔는데 개인이라고 하니 좀 황당해하시는 느낌.

참고로 홈페이지 배경음악 서비스의 곡 당 공식 저작권 단가는 '월 평균 방문자수'를 기준으로 달라집니다.

저 월 평균 방문자수가 UV인지, PV인지, MAU인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귀찮아질 것 같아서요...

근데 전 '독립도메인'을 가진 '개인 홈페이지'의 경우라 50% 감면해준다네요!

'독립도메인'이 없는 '개인 홈페이지'나 '독립도메인'은 있지만 '개인 홈페이지가 아닌 경우'는 감면해 주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두 번 귀찮아질 것 같아서요.

이후 온라인으로 계약절차가 진행되는데, 실제론 파일을 주고 받는 게 있어서 좀 귀찮아 집니다.

여기까지 오면 협회내부결제 및 법무검토 후(정확히 2주 소요) 저작권비즈니스센터 홈페이지에서 정식 계약이 체결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웹에 음원을 올리고, <audio> 태그를 이용해 음악을 플레이합니다.

근데 브라우저마다 audio 태그가 먹히는데가 있고 안먹히는데가 있네요.

크롬에서는 autoplay가 안됩니다.

audio 태그를 사용할경우 브라우저마다 UI의 형태와 height 값이 미묘하게 달라 통일감도 없습니다.

그렇게 사용을 다 하고 나면 계약기간 만료 후 다시 한 번 연락이 옵니다.

사용 종료 공문을 하나 보내주면서 싸인해서 달라고 합니다.

며칠 후 연락이 와서 최종 확인되었고, 입금하라는 안내가 메일로 옵니다.

4개월분 치의 요금 8천원을 입금하고 끝.

우와~ 길었죠? 음원 하나 사용하는데 의외로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했습니다.

근데 이건 홈페이지의 배경음악이고, 영상의 background sound는 어떻게 했냐구요?

워너 뮤직 그룹의 저작권 신청 사이트를 구글로 찾아냅니다.

(국내 홈페이지 없음, 한글 지원 없음, 워너 공식홈에 저작권 신청 화면 없음 - 별도 신청 웹사이트가 존재)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전 깨닫고 맙니다.

...

'아... 그냥 열어두기만 하고 업데이트나 관리 안되는 사이트구나'

그 덕에 유튜브에서만 확인 가능한 영상이 되었네요.

이 되는데, 2번과 3번은 상관없지만, 1번의 경우 웨딩그램 사이트에 embed 해도 플레이가 안되다니!!!!!!

카페노노처럼 공유 링크만으로 사용할 경우는 플레이 가능한데, embed 태그 삽입 시 플레이가 안되네요 ㅠㅠ

메인 프로포즈 영상 (바로 플레이 가능)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걸렸고(신청 등), 과정이 불편했지만 저작물을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험은 처음이라 나름 배운게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_- 다음에 또 음원을 구입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더 잘할 수 있겠죠?

그리고 기획자로서 이 불편한 과정을 스트리밍 업체가 해결해줄 순 없을까?

해결 하려면 풀어야할 숙제가 뭐지?

법적으로 신탁을 다시 위수탁해서 팔 수 있나?

등등 BM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음은 영상 만들었던 이야기 해볼께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