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는 물론 우리가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필름 카메라를 찾지 않게 됐어요. 삭제할 수도 그렇다고 복구할 수도 없는 사진 한 장을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던 그 시대는 다들 물 건너 갔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필름 카메라의 시대는 다시 돌아왔어요. 느릿느릿. 각도와 수평 맞추며 셔터 하나 누르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하는 우리. 그리고 손꼽아 기다려 받은 빛바랜 사진은 감성과 향수를 자극했어요. 너도나도 한 눈으로 다시 세상을 담기 시작했죠.

바람이 불어 흔들리고, 눈을 감던 찰나에 찍히고, 잘 나오냐고 입을 뗀 순간 셔터는 눌려요. 하지만 우린 여행이 끝날 때까지 알 수 없어요. 필름 카메라는 더 이상 사물을 찍는 ‘기계’에 멈추지 않아요. 우리 여행 서사가 가득 담긴, 한 권의 책 그 이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