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나의 경우에는 단 한 번, 열정적으로 성장하는 달콤함을 맛보았고 그 외에는 지루한 고통과 버티기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의 성장은 N인 N+1각 같은 느낌이 든다. 이미 달리는 차에 올라탄게 아니라 함께 밀어서 출발시켜야 하는, 멈춘 상태의 고철 리어카다.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면서 합을 맞춰 뛰는게 아니면 속도가 안난다. (누군가는 리어카에 올라가 멍하니 앉아있기도 한다. ㅜㅜ)
그래서 팀 동기부여는 항상, 모든 순간, 매우 필요했고, 이는 본질적으로 대표에서부터 시작되는 폭포수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 생각엔 그 폭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모두를 시원하게 적셔주는 역할이 PO다. 좋은 책이나 글들이 많지만 내가 활용하는 팀 동기부여 방식을 끄적여보자면...
1) OKR + 애자일
멋진 비전은 가슴을 뛰게 하지만 가까이서 손에 잡히지 않으니까, 잡히는 작은 성공을 맛볼 수 있게 잘게 쪼개서 모두의 식판에 나눠 담아보자. 애자일, 그로스가 이런데 좋은 방식이었다. 제품 성장을 위해 애자일이 좋다고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 방식은 제품 성장보다는 팀원 동기 부여와 사람이 성장하는데 훨씬 크게 기여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여주고, 작은 성공이 모여서 큰 성공을 달성해가는 '과정'을 숫자로 확인하고 기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사적 차원에서 OKR을 하지 않더라도 팀 단위로 작게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변화는 미루는게 아니라 내 손에 닿는데서부터 바로 시작하는게 좋다. (그럼 오히려 부담없고 ㅎㅎ)
2) 회고 + 티타임
대단한 아이디어와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번아웃 되지 않고 꾸준하게 웃으며 퍼포먼스를 내려면 필요한 것은 조직 안에서 안정감을 가지고 함께 일하고 성장한다는 만족감이다. 이 것은 단순히 숫자와 축하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것은 몸에 스며들지 않고 훅 스쳐가버린다.
그래서 한 주를 마무리하거나 시작할 때 티타임을 가지면서 데이터를 뜯어보고 담소를 나누고, 잘한 성과를 자축하고, 서로 도울 일은 없는지 물어보는 그런 시간을 가지면 크게 도움된다. 이 때 인원은 너무 크지 않은게 좋다. 주말에 뭐하고 놀지를 말해도 상관없는 분위기를 유지해주며 여럿이 티키타카를 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만들어주자.
3) 타운홀 + 박수
인정 받고 싶은 욕구를 누구나 가지고 있다. 애자일도 회고도 어렵다면 그냥 주기적으로 전체 모임, 타운홀을 해서 간단한 현안 공유를 하자. 그리고 너무 뻔한 성과에도 박수를 쳐준다. OKR이 있다면 지표로 얘기하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예를 들면 '이번 달 일정을 밀리지 않고 지켰습니다-!' (너무 대단한 성과인가? ㅎㅎ) 아니면 '이번 업데이트가 사용자 (혹은 지인) 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 '
이렇게 얘기하고 모두가 박수칠 수 있도록 진행하면 된다. 이게 뭐가 대단한건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효과는 굉장하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여전히 동기부여는 매우 어렵다는게 함정.. 어제만 해도 개발자님이 동기부여가 잘 안된다고 딱 집어서 말씀하셨다. (나보고 더 잘하라는 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