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마당이 건물 뒤에 있어서 (멋지게 얘기하면 backyard)

정원으로 뭘 넣으려면 수십번, 수백번 내 다리로 나르고 몇일 앓아 눕던가

크레인을 불러야 합니다. 근데 크레인 부르는 게 50만원 정도 하니 비용 부담도 크고 지붕을 넘긴다는 자체가 무섭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직접 무전으로 크레인 기사님께 오더를 드려야하는 게 가장 큰 위험입니다. ㅋㅋ

당장 얼마뒤 잔디 2팔레트가 배송오는데, 이걸 정원으로 올리는게 막막합니다. 롤잔디 300장 정도를 올리려면 족히 100번정도 계단을 오르내려야하는데 벌써 무릎이 시립니다. 대안으로 3단 지게차를 불러서 내가 지게차를 타고 올라가서 잔디를 안으로 넘겨주면 어떨까 했는데, 5미터 밑으로 떨어질 생각만 나서 아찔합니다. 그리고 3단 지게차를 부르는 것도 16만원 정도 한답니다.

이 고민을 단독주택 사는 후배에게 털어놓으니 몇시간의 대화 끝에 결국 "크레인을 만들어보자" DIY 결론이 납니다.

검색어 조차 몰라서 고생했는데, 키워드는 "호이스트 프레임" 과 "미니 윈치" 이더라구요.

가격도 지게차나 크레인 부르는 것에 비해서 저렴합니다.

나의 사랑 전동공구 디월트. 요 놈은 로타리 해머드릴이란 놈인데 콘크리트 뚫는데 최적화 되어 있어요.

망해도 평소에 잘 안 보이는 곳이라, 아내도 허락을 해줬습니다.

여기에 세트앙카를 박아줍니다.

세트 앙카는 이런 앙카 펀치를 끼고 망치로 때려주면 콘트리트 안에 엄청 강하게 고정이 됩니다.

요렇게 4개 정도 박아줬어요.

녹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아연 도금된 쇠파이프도 주문해서 구멍을 뚫어줍니다.

그리고 벽에 잘 고정해줍니다.

모터는 아래 제품을 샀어요. 300kg 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요. 요런 모터 살 때 전기가 2상인지 3상인지 잘 확인해야해요. 가정용 전기를 쓰려면 "2상"을 사야해요. "3상"은 공업용 전기라서 단자가 3개짜리에요.

프레임도 조립해주고 모터도 달아줍니다. 꽤 무겁습니다. 그래도 힘이 셀 거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짜잔~ 아까 설치한 봉에 체결해주면 완성. 콘센트에 비닐테이프로 약식 방수처리를 해줬어요.

배송올 롤잔디 크기에 맞춰서 작은 팔레트도 하나 짜봤습니다.

매우 잘 동작하네요.

어김없이 꼬마 빌런이 잠옷바람으로 나와서 참견합니다. 겸사겸사 테스트도 했어요.

물론 이렇게 달고 살지는 않을꺼에요. 잔디 올리고 나서는 다시 떼어내서 창고에 넣어놓을 예정입니다.

부디 사고 없이 잘 사용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