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을 보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모임에 참여했더니 자동으로 리뷰가 한 편 써지더라구요☺️
아래는 리뷰에 적지 못한 잡스러운 조각(?)글입니다✍️ 일부러 처음 적은 그대로, 거친 말을 순화하지 않고 기록했습니다 허허
> 왜 초밥인가?
정안이 “초밥같은 거 시켜먹지” 라고 말할 때의 초밥과 해준이 “초밥은 좋은 거 먹고싶어”할 때의 초밥은 차라리 다른 음식에 가깝다. 초밥은 그만큼 격차가 큰 음식이다. 쿠우쿠우와 하이엔드 스시야 간의 차이랄까? 고급스러운 상자에 담겨 나오는 4~5만원대의 시마스시는 해준의 ‘우리’였던 수완에게도 사주지 않았던 비싼, 대접하는 초밥이다. 해준과 수완이었던 ‘우리’는 서래가 나타나자 해준과 서래의 ‘우리’로 바뀌는 걸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정안은 처음부터 해준과 다른 사람임을 암시한다. (최소한 수완은 왜 그 여자한테만 초밥 사주는데요! 라고 따지지만, 정안은 처음부터 ‘초밥같은거’인 사람이니까)
> 서래는 정말 해준을 사랑했을까?
처음 영화볼 땐 탕웨이가 입만 열면 거짓말이길래 뭔가 싶었다. 결국 꽃뱀이잖어! 초밥 얻어먹고, 안전하게 증거인멸하고, 안전이별해서 나중엔 재혼해서 에르메스까지 받아먹고 으이! 그래놓고 이포엔 왜 온거여! 했는데 호미산에서 서래가 해준에게 묻는 장면을 보니까 아, 이 여자는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구나, 그럼에도 해준을 사랑했구나 느꼈다.
"날 떠난 다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으셨습니까? 아마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당신은 내내 편하게 잠을 한숨도 못 잤죠? 억지로 눈을 감아도 자꾸만 내가 보였죠?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날 밤 시장에서 우연히 나와 만났을때, 당신은 다시 사는 것 같았죠? 마침내."
라고 묻는 서래는 자기가 해준에게 느낀 감정을 말하고 있구나, 이 여자는 정말로 해준을 사랑했구나.
> 해준과 서래의 거짓말
영화 내내 둘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해준은 정안에게 서래의 이야기를 ‘젊은 조선족 여자가 죽고, 나이 많은 한국인 남편’이라고 뻥을 친다. 정안에게는 손에 피를 잔뜩 묻혀가며 생선내장을 발라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래에게는 피가 무섭다고 약한 척(?)마저 한다. 또 서래에게 자기 밤에 잠은 못 자지만 코는 안 곤다고 뻥을 친다. 서래도 138층을 올라 남편을 죽여놓고, 고소공포증이라고 해준에게 유골을 산 높은 곳에서 대신 뿌려달라고 한다. 둘이 뭐하는거야
해준은 산오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자기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남편이 그 여자를 때려서 미치겠다고. 너도 가인이 때매 그런거 아냐 어! 그리고 총을 쏴버린다. 해준과 서래가 하는 말들은 전부 진실과 거짓이 애매하게 뒤섞여있다. 100의 거짓도, 100의 진실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가 현재 소중히 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속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기도 한다.
> 16년 8개월과 402일의 차이
정안이 해준과 산 16년 8개월 동안 내내 행복하지? 라고 말하면 해준은 뭘 그런 걸 세냐, 역시 이과네 하고 타박을 줘놓고 서래와 헤어져있던 402일은 굳이 지 입으로 명확한 숫자를 세왔음을 밝힌다. 이거야말루 내로남불...
> 로맨틱한 대사, 그렇지 못한 무드
텍스트만 보면 참 로맨틱한 대사가 많다. 다른 영화에서라면 무드를 잡고 보여줬을 것 같은 장면들. 특히 해준이 서래가 왜 좋은지 말하는 장면같은 것들. 그런데 일부러 발음이나 딕션을 아주 구리게 한다. 대사는 로맨틱한데 듣고있자면 웃길 정도. 특히 서래의 발음은 외국인의 발음이기 때문에 감정선을 전혀 느낄 수가 없어서 아주 독특했다.
“서래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긴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똑바른 사람은 드물어요. 난 그게 서래씨에 대해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부분이 백미인데, 너무 웃겨서 영화관에서 웃어버린 장면.. 박찬욱에 홍상수를 살짝 토핑으로 뿌린 느낌.
> 서래는 정말 죽었을까?
마지막까지 영화는 서래가 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해준이 아무리 찾아도 서래를 절대 찾을 수는 없을 거고, 평생 앞에 나타나지도 않겠지. 어쩌면 서래는 영화 2부에서처럼 여기저기서 가발을 쓰고 꽃뱀으로 잘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둘이 살아남아서 서로 곁에 있을 수 있게 되더라도, 둘은 온전히 행복할 수 없었을 테니 사랑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을 거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랑에 목숨을 건 미친자들의 이야기. 사랑은 증말로 지독하구나… 엮이면 안 되겠구나… 교훈을 얻었다. 영화에서 정상인 사람이 이주임과 정안 밖에 없는 것 같다. 굳이 추가하자면 해준이랑 수완이 싸우니까 도시락 들고 자리를 피한 여자 경찰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