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스타트업 창립멤버로 2.5년, 중견 스타트업에서 2년, 대기업에서 2년을 거쳐 지금의 회사에 왔다.
이직 기간이 점점 짧아지며 자리를 못잡고 방황하는 느낌의 커리어. 뚜렷한 성공 한 줄이 이력서에 없는 채 나이 먹어가는 조바심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역량은 평범하게 연차만 높았을 때, 조직 내에서 비교우위를 가지는 정도로는 의미 없다. 나와 내가 속한 조직을 크게 성장시키는 경험에 대한 욕심을 끝없이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돈에 쪼들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0 to 1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써내려간다. 아이디어를 내서 실현하는 것. 그것을 진정한 의미에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기회.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이 회사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게 무엇일까?' 에 집중했다.
그것이 나의 첫 번째 고민이었다.
그렇게 노션에 나의 첫 번째 문서를 만들었다.
입사 후 첫 번째 작성한 노션 문서
우리는 무엇이 하고 싶어서 이렇게 모인걸까?
요즘 스타트업에서 이 것 없이 일단 사람부터 모인 경우는 손에 꼽게 드물것이다. 학생 스타트업도 아닌데... 벌써 짐작하신 분도 있겠지만 젊어서 엑싯하신 대표님의 신용자본과 물적자본이 있기에 가능한 토대였다. 나의 합류 시점은 약 3년 간 100% 개발자 회사로 해오던 것을 모두 버리고 IT서비스 쪽에 기회를 탐색하던 와중이었다. 그래서 원점, 백지상태다.
몇몇 핵심 멤버를 중심으로 확실한 문제를 잡고 그 문제 의식과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을 모은 멤버가 아니다.
그래서 다소 먼 길을 돌아가는게 될지라도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싶고, 어떤 성공을 꿈꾸는지 같은 내용부터 시작하여 접점을 잡아가는게 필요하다 생각했다.
문서 내용과 작성 과정은 이렇게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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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멤버 1on1 인터뷰를 통해 모은 인사이트로 6가지 크라이테리아를 선정
글로벌 : 확장 가능성
테크 : 실패해도 유의미한 기술 자산 누적
Lean & Light : 빠르게 만들고 시도할 수 있는가
Needs/Wants : 시장의 니즈, 원츠에 크게 부합하는가
BM : 좋은 비지니스 모델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가
X Factor : 직감적으로 끌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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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내용이라 각각의 내용과 선정 이유를 깊이 적지는 않는다.
그리고 X factor라는 것을 넣은 이유는?
결국 우리 팀이 만드는거니까 즐거워야되서 :)
그래서 전반적으로 권위있는 기준을 참조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내용에 우선을 두어 평가 기준을 정했다. 그리고 저 내용을 기준으로 간단한 마인드맵을 그려,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평가해보게 했다. 장단점을 키워드로 적고 5점 척도로 점수 평가했다. UX 전공이었던 나조차도 현업에서 이렇게 진행한 것은 조금 생소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모두들 즐겁게 호응해주었다.
취합한 마인드맵 예시 자료
그렇게 평가된 내용 취합을 바탕으로 4개의 진행중이던 프로젝트에 대한 '프로젝트 의견서'를 작성해서 공유했다. 결론적으로 진행중이던 4개의 프로젝트 중 2개는 중단하고 2개는 마저 만들어 검증하기로 했다.
ps.
첫 번째 고민과 해결은 나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조직에서의 랜딩까지 포함된 중요한 첫 단추였다. 물론 완벽한 해결은 아니었을 수 있지만 나름 괜찮은 시작이었다 자평한다.
앞으로 지난한 아이디어 내고 평가하고 선택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럴 때 회의의 분위기, 발언력, 지위 고하에 덜 휘둘리고 결정에 도달하며, 그 과정에 모두가 애착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참고할만한 데이터도 많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