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면 술을 마십니다. 술을 마시는 친구는 술을 마실때 빛이 나니까요.
일이 생겨 조금 늦는다고 합니다. 일단 한 병을 시킵니다.
친구가 늦어도 괜찮습니다.
한 회사에서 10년을 넘게 일한 친구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얼마전에 퇴사를 한 저희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과 고민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또 고민이 셋 모이니, 고민이라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셋이 입을 모았습니다. 고민 없이 살기를 바라면 언제나 성장 없는 편안함에 길들여집니다. 그러니까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건 더 나은 선택지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뻔한 교훈은 글로 읽거나 말로 들으면 참 쉽습니다. 그런데 막상 행동하려면 이게 맞나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무엇보다 힘들기 때문입니다. 고민을 하는 것도, 결정을 내리는 것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모든게 힘이 듭니다. 이 고민의 방향이 맞는걸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결심한 고민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장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고민을 합니다. 이런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내 고민의 농도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내 고민은 나만이 풀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을 바라보는 방식이 비슷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내 고민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한숨만 쉬고 끝나는 대화가 있고,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대화가 있습니다. 저는 요즘 한숨을 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