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한 백화점 MD에게 ‘당신네들 가방 정말 모른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 말에 좌절하지 않았어요. 선택은 업계가 아니라 손님이 하는 거잖아요. 고객이 내 감을 증명해줄 거라고 확신했어요.”

“브랜드마다 아이덴티티identitiy와 스토리가 있지만, 정작 고객은 잘 모릅니다. 고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거든, 눈길부터 끄세요. 분크 만들 때 면도칼 시그니처부터 만든 이유입니다. 아이덴티피케이션identification ·식별이 먼저예요. 아이덴티티, 철학, 스토리는 나중에 얹어도 돼요.”

“쿠론 스퀘어에 이런 스토리가 있다는 걸 아는 고객은 아마 없을 거예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어요. 일단 고객의 호기심을 끌었다는 게 중요했죠. 이 사각형 플레이트는 어디서나 눈에 띄었고, 쿠론의 아이덴티티가 됐죠. 대단한 장식이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에 사각형 하나 달렸다는 것. ‘이건 뭐지?’란 호기심을 주고, 브랜드를 식별하도록 했다는 것이 중요해요.” 

“VWD의 첫 번째 목표는 환기에 있어요. 우리 제품을 사든 안 사든, 매주 수요일마다 고객에게 새로운 이슈를 주는 거예요.”

“시그니처 명품 백의 디자인은 옛날과 지금이 뭐가 달라졌을까요? 대부분 디테일한 요소예요. 가방 안감의 재질, 어깨끈의 두께 같은. VWD 역시 그 일주일만 판매할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매주 더 나은 제품을 만든다는 데 목적이 있어요.”

“럭셔리 브랜드들은 손님 앞에서 ‘이 옷은 절개가 왜 이렇게 들어갔는지’ ‘왜 이런 장식을 넣었는지’ 설명하지 않죠. 그럼 고객은 달리 방도가 없어요. 핑크색 제품이 나오면 ‘핑크색이 유행이구나’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거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제품의 가치는 한계가 있어요. ‘이 제품은 5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제품을 만든 사람이 직접 스토리를 말해줘 보세요. 고객이 제품에 대해 많이 알수록, 고객이 느끼는 제품의 가치도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