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산새가 둥지를 틀고 갔다는 소문이 퍼져서 이웃들께 새집 주문이 몇 건 들어 왔습니다. 아직 실력이 미천한지라 돈을 받고 팔지는 않았고 그 이상의 온정과 먹을 것을 받았습니다. ^^
만들면서 우리집 새집도 업그레이드 해봅니다. 작년보다 구멍도 넓히고, 혹시 모를 천적(고양이)가 기어올라가지 못하도록 앞쪽 나무가지가 없는 곳에 다시 설치해줬습니다.
물과 모이도 넉넉히 놓고 버드하우스 영업을 시작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해도 너무 신기하게 산새 한 쌍이 드나들더니 온갖 나뭇가지와 솜, 깃털 등으로 둥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곧이어 알도 하루에 하나둘씩 낳습니다. 알 색깔이 지난번이랑 같은 걸로 봐서 딱새인가봐요. 저는 저 동그랗게 새집을 만드는게 아무리 봐도 신기합니다. 사진은 못 남겼는데 그해에는 알을 5개를 낳았어요.
운이 좋아 알을 품고 있는 어미새의 실루엣도 살짝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거 찍을 때 아빠새로 보이는 새가 옆에서 계속 날라다니면서 견제를 하더라구요.
곧 알들이 모두 부화하고 어미새, 아빠새가 하루에 수십번씩 먹이를 날라다 먹입니다. 사진 찍으려고 뚜껑을 열면 아래처럼 모두 주둥이를 벌려요. 가만히 있는 한놈은 죽은건 아니고 낮잠 자고 있었나봐요. 나중에 다 건강하게 자랐어요.
한 2~3주 지나니 깃털이 제법 자랐습니다. 다행히 5마리 모두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무사한 것 같습니다.
이전에 기록을 잘 못남긴게 아쉬워서 영상도 많이 찍어놨나봐요. 자료가 많네요.
애들이 깃털이 수북히 나고 몸집도 커지니 둥지가 너무 작아보입니다. 이 때 찍은 영상도 있는데, 사춘기 애들 마냥 시크하게 가만히 있네요.
그러던 어느 평온한 주말 아침이였어요. 여느때처럼 아침 먹고 애들이랑 정원에서 노닥거리고있는데... 아기새들이 처음으로 새집에서 얼굴을 삐쭉 내미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어요.
제법 몸집도 커져서 이제 어미새랑 크기가 비슷해보이더라구요.
아기새들은 작은 점프로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면서 짧게 날개짓을 연습을 하다가, 한 10분 정도 지나니 비행을 시작했어요. 너무나 신비롭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10분 사이에 나는 걸 깨우치다니.
그리고
...
...
...
...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ㅠㅠ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딱! 이순간이 아니었으면 또 나중에 빈둥지만 발견했을텐데 정말 운수 좋은 날이였던 거 같아요. 갑자기 사라져서 마음이 조금 공허했지만 그래도 낙오 없이 무사히 첫 비행에 성공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걸 직접 확인해서 마음이 놓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한테도 자연학습 많이 시켜준 것에 감사합니다. 무럭무럭 자라서 다시 알 품으러 우리집에 다시오면 좋겠네요. 새집은 대청소를 하고 다음 손님을 기다립니다.
쿠키사진 #1, 어미새랑 조우 했을까요?
아닌 거 같아요. 아기새들이 날라간 이후에도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다가 계속 가져오더라고요. 지금 생각보니 기껏 키워놓으니까 부모에게 인사도 안하고 떠난 배은망덕한 놈들이네요.^^
쿠키사진 #2, 그 이후에 딱새가 또 둥지를 틀러 왔나요??
아뇨. 제가 그 이듬해에 잔디를 키워본다고 잔디씨를 뿌렸더니 집에 참새들이 엄청 많이 왔어요. (사진이 좀 흔들렸네요.) 그래서 산새들이 왔다가 참새들한테 밀려서 그냥 가는 것 같더라구요. 올해는 잔디씨를 안 뿌리고 롤잔디를 할 예정이라 참새 대신 산새가 다시 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