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처음 들었을때는 일본 사람이라고 오해했고, 포스터를 보고는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HELL YEAH 사진만 보고 미술관을 찾았더니 미디어 전시가 가득했습니다. 모든 것이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히토 슈타이얼(1966, 독일)은 디지털 기술, 글로벌 자본주의, 팬데믹 상황과 연관된 오늘날 가장 첨예한 사회, 문화적 현상을 영상 작업과 저술 활동을 통해 심도 있게 탐구해오고 있는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작가이다. 또한 예술, 철학, 정치 영역을 넘나들며 미디어, 이미지, 기술에 관한 흥미로운 논점을 던져주는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 뛰어난 비평가이자 저술가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현재 『이플럭스』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 학술지 및 미술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는 ‹독일과 정체성›(1994)과 ‹비어 있는 중심›(1998) 등 다큐멘터리적 성격을 지닌 필름 에세이 형식의 1990년대 초기 영상 작품에서부터 인터넷, 가상현실, 로봇 공학,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 자체를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재고하는 최근 영상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대표작 23점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커미션 신작 ‹야성적 충동›(2022)이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소개는 이 두 문단으로 시작합니다. 미디어 아트는 설명을 봐도 잘 모르기 마련이지만, 영상을 보고 온 경험을 글로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평론가가 아니라 어려워도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전시는 대부분은 영상을 기본으로 한 미디어 설치입니다. 영상의 길이도 20분부터 길게는 한시간 까지도 있어, 하나하나 앞에서 꽤 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단체전이나 기획전에서 보았다면 다음 작품으로 쉽게 넘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 장소에 몇십년의 물량을 모아놓으니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도, 3D 모델의 기괴한 움직임도, 우스꽝스러운 그래픽과 의상도, 다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큰 공간을 가득 채운 작가의 집념을 보고 왔습니다. 전시는 올해 9월 18일까지 입니다. 더 길게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