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에 입사할 때 나를 제외하면 90%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분들이었다. 여기서 오랫동안은 그냥 2~3년이 아니라 1~20년 수준이다. 가족같은 분위기의 회사 라는게 비꼬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는게 사회 분위기가 됐다. 회사소개에 '가족같은 분위기'라 해서 가봤더니 족벌 경영을 하는 진짜 '가족' 회사 였다든가, 아니면 아주 'X같은 회사' 라는 비속어로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 곳은 조금 과장 보태서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였다.
밝고 명랑하진 않지만 오래 알고지낸 사람들 사이의 눈빛 그리고 호칭. CEO에게 '사장님' 하고 부르지만 그 마저도 '형'과 종이 한 장 차이로 느껴지는 푸근한 발음이다. 실제로 가끔은 형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다. 단 한명의 3년? 함께한 막내분에게는 여전히 모두가 존대로 얘기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내려고 결심하기 전 부터, 입사와 함께 경영진에서 앞으로의 호칭 문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에 대한 화두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순간적으로 망설여졌다. 영어닉넴, 님, 씨, 직급, 여러 호칭 문화를 두루 겪어봤지만 모두 조금씩의 장단점은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평균점수가 높다고 느껴진 것은 '님' 이었다. 케바케속 대세로 쓰이는 것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더라 ㅋㅋ) 망설여진 이유는 가족같은 분위기와 호칭 속에 나도 녹아들어 끼이고 싶다는 마음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끈끈한 관계에 '님'은 오히려 경색시키는 호칭이 아닐까? 관계를 하향평준화 시키는 그런 마음...도 있었다.
결론은 '님'
당연한 결론이었다. 나를 채용하면서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또 맘의 준비를 하셨던 모양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여러 호칭을 허용하면 심리적 사일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바꿀꺼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모두에게 '이름 + 님'을 사용하는 것으로 통일했다. 사회생활에 잔뼈가 굵은 분들이라 금방 적응하셨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 사이에 추가된 인원이 없다. 그 정도면 나도 형 동생에 합류할 수 있었는데... 좀 미룰껄 그랬나?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이성으로는 다 '님'이 좋다는건 알겠는데, 결혼해서 아이낳고 가정과 일에 열중하면서 친구와의 관계는 많이 소원해졌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랜선친구화 되어버린 상황;;
'님'속에서도 직장속 즐겁고 푸근한 관계 형성까지는 가능하겠지만 '형-동생'과 비할 수 있을까. 인생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더 따뜻한 관계를 바라는건 아마추어리즘일까. 잘한 고민이지만 살짝 한 줌 후회가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