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의 온도입니다. 영하 13도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오늘 달릴 수 있으면, 이번 겨울에 계속 달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있는 옷을 모두 껴입고 달리러 나갔습니다.
지지난주에는 4번을 달렸습니다. 그리고 지난주는 화요일 딱 하루를 달렸습니다. 어쩌다 매일 달리기가 흐지부지 되었을까요. 하프 마라톤을 뛰고 나서 발톱에 피멍이 들어 달리기를 줄인 게 시작이었습니다. 다 나아갈 때쯤 영하의 날씨가 시작되어 또 달리기를 줄였습니다. 추우니까 몸을 사려야 한다고 자신에게 변명거리를 주었습니다. 참 전형적인 인간입니다.
“책을 읽는 활동을 통해 내가 얼마나 ‘전형적’인 인간인지를 확인합니다. 노동하며 동요했던 순간, 헤매고 방황하며 겨우 찾은 방법들이 펼친 책마다 문자로 적혀있습니다. 내 얘기가 왜 여기 있지 싶다가, 얼마나 숱하게 반복된 패턴이면 이렇게 하나의 이론으로 자리 잡았을까 싶어집니다. 내가 직접 겪을 때는 인생에 처음 만나는 폭풍, 처음 맛보는 깨달음, 처음 보는 놀라운 풍경이었지만 사실 이 모든 건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인생에 셀 수도 없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니 나만 아는 진리, 나만 느끼는 감정, 나만 알아보는 무언가가 있을 리 없습니다. (…) 내가 겪는 일들 중 세상에 처음 있는 의문과 위협은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간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인생이 아름답다는 걸 압니다. 전형적인 인간에게 주어진 기쁨입니다.”
동거인의 글을 읽으며 전형적인 내 모습에 기뻐합니다. 나는 아직 반년 밖에 달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겨울이라는 계절을 마주하고 전형적으로 핑계를 대고 있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기쁘기도 합니다. 모두가 하는 고민을 나도 함께 합니다.
영하 13도에도 몸은 데워집니다. 땀은 흐릅니다. 30분을 달렸습니다. 계속 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