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달리기로 결정했으니 매일 달려봅니다. 내가 달리는 방식이 맞는지, 어떤 러닝화가 좋은지, 준비 운동이나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다음 문제입니다. 중간중간 찾으면 되고, 그때그때 챙기면 됩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낡은 보통의 운동화를 신고, 면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거리나 시간을 재는 법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달리면 됩니다. 달릴 수 있습니다. 헐렁하지 않게 신발끈을 조이면 됩니다. 땀에 젖어도 괜찮습니다. 시계가 없으면 집을 나갈 때 시간을 확인하고, 들어올 때 시간을 다시 확인하면 충분합니다. “매일 달리기”가 최우선의 목표가 되자, 다른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의미를 가졌습니다. 달리기가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인지도 긴가민가한 상태라면, 일단 가진 것으로 달려보면 됩니다. 한 주, 한 달이 지날수록 필요한 게 자연스럽게 하나씩 생겨납니다. 러닝화를 샀더니 덜컹거리는 발목이 편안해집니다. 옷장을 정리하니 기능성 티셔츠가 한 장 나왔습니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달리는 건 불편하지만, 드디어 정확한 거리와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읽는 책도 한 권씩 늘어납니다. 런클럽에도 나가봅니다. 마라톤을 신청합니다. 하나씩 필요한 것을 찾아가면 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29일의 저는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고 바나나를 먹습니다. 빨래대에서 티셔츠와 바지를 꺼내 입고 스트레칭을 합니다. 한강까지 5분 동안 가볍게 달립니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나이키 런 클럽에서 제안하는 대로 달립니다. 달리기가 끝나면 스트레칭을 하고, 5분 동안 집으로 걸어옵니다. 두유를 마시고 닭가슴살을 먹습니다. 내일은 더 나은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지만 오늘까지는 이 방법이 저의 최선입니다. 내일도 일단 이대로 합니다(11월 29일의 저도 반팔이 긴팔 티셔츠로 바뀌었을 뿐 전혀 다르지 않게 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