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일주일 전입니다. 무릎이 계속 아픕니다. 뒷꿈치를 먼저 딛는 방식이 몸에 무리를 주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주법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집중하지 못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주 일요일까지 NRC 프로그램을 무사히 진행하고 하프마라톤을 완주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자신이 있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예전이라면 속상하기만 했겠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대회를 완주하는 것보다 계속해서 달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깁니다. 제 달리기도 그렇습니다.
보강 운동을 집에서 해봅니다. 팔굽혀펴기와 등운동을 하며 체력도 키워봅니다. 산책을 나가기 전에도 무릎을 풀어봅니다. 추우면 추울수록 시간을 더 들여봅니다. 5일을 쭉 쉬다가 일요일 밤에 처음으로 달려보았습니다. 어쩐지 다리에 탄력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천천히 달릴 생각이었는데 달리기 시작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발바닥이 땅바닥을 붙잡습니다. 배와 등은 곧게 펴집니다. 무릎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코는 두 번 숨을 들이쉬고 두 번 숨을 내쉽니다. 시야에는 가는 길만이 보입니다. 잠깐 달리는대로 몸을 두었습니다. 멈춰서 뒤를 돌아보니 동거인이 저 멀리에 있습니다. 함께 달린다는 것도 잊었습니다. 몸이 달리기 위해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아, 오래오래 달리고 싶어집니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고작 5달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계속 하고 싶은 일에 달리기가 들어갑니다. 대회를 나가고 싶은 것도, 더 빨라지고 싶은것도, 꼭 마라톤을 뛰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달리기를 하기 위해 시간을 만드는 것만으로 제 인생이 조금 더 건강해집니다. 오늘도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