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락적인 목적을 위해 수 세기 동안 인류가 사용해왔던 신경 흥분 물질의 대부분은 식물에서 기원했습니다. 예를 들어 니코틴, 카페인, 모르핀 그리고 기타 승분 흥분성 알칼로이드들이죠. 이들은 사실 식물이 외부의 침입자들을 방어할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생성하도록 진화해온 성분들입니다. 독성이 있기도 신경 흥분 작용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포유동물이나 초식곤충들은 이런 물질을 함유한 식물의 잎이나 씨를 멀리합니다. 그러나 이런 물질을 만들어내는 식물은 분류학적으로 매우 한정되어 있고 자연 서식처에 드문드문 존재합니다. 따라서 영장류나 다른 동물이 이런 식물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신경 흥분 작용을 갖는 물질, 알코올은 이런 약물들과 극명하게 다릅니다. 열대 우림에서 매우 많은 숙성한 과일 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과일을 먹는 과식동물의 식단에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신경 흥분 물질중에서 거의 독보적으로 자연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질입니다. 따라서 담배나 마리화나 탐닉과 알코올 탐닉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다른 물질과는 달리 알코올은 소량의 알코올에 노출되었을 때 충분히 긍정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보상적인 체계가 지금 이 현대, 원래 상태의 자연 상태의 식단과 너무나도 달라진, 그리고 다량의 알코올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에 와서도 동일하게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인간(일반적으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집니다)에게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는 물질로 변한 것이죠.

의학 분야 중에 '진화의학'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진화의학은 진화 이론을 인간의 주요한 건강상의 문제와 접목시킵니다. 예를 들면 항생제를 사용하다보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새로운 균주가 진화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 등입니다. 한편 인류의 조상과 현생 인류가 처한 환경의 불일치에서 유래하는 여러 가지 질병들도 진화의학이 주로 다루는 사항들입니다. 과거 어느 순간에는 이로웠던 어떤 행위가 유전되면서 그 형질이 현재에도 남아 있지만, 환경이 변화한 지금은 그것이 해로운 행동을 촉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느낌이 오시죠. 진화의학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약물 중 하나는 알코올입니다. 과거에는 이로웠던 알콜에 대한 보상 신호가 무제한의 알코올을 공급받을 수 있는 현재에도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제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화의학에서는 그 못지 않게 중요시 연구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과도한 탄수화물입니다. 과거에는 탄수화물은 과일등에서만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곡물이나 식물의 뿌리등에 있는 탄수화물은 그 자체로는 껍질등의 존재로 인하여 소화를 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가공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한 현재에는 탄수화물은 가장 값싸게 얻을 수 있는 물질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농도 탄수화물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일은 인류의 건강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사실 탄수화물과 알코올의 생화학적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단당류의 발효 산물이 바로 알코올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 두 종류의 물질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행동의 생리학적 문제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는 제한된 양의 달콤한 과일을 빠르게 섭취해야 했고, 이를 조절하는 능력은 진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하는 능력은 현 인류에게도 가장 얻기 힘든 능력입니다(그래서 살이 안빠지죠).

통틀어 대사이상 증세(metabolic syndrome)라고 일컬어지는 과다 영양분 섭취로 인한 질환은 일반적으로 성인병으로 일컬어지는 비만과 당뇨병이 대표적입니다. 인슐린 저항성뿐 아니라 심장 질환, 췌장염, 간질환 또한 동반합니다. 알고보면 알코올 중독과 비만이 비슷한 류의 질환이라는 사실이 재미있죠(그리고 슬프죠ㅠㅜ)

여기에 대해서 언급할만한 재미있는 단서가 있는데, 알코올 중독과 단맛의 선호도가 크게 관련이 된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 다른 농도의 설탕 용액에 대해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실험이 있었는데, 이 만족감의 정도는 알코올 중독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훨씬 높았습니다. 설치류와 영장류를 대상으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알코올을 마시는 경향이 큰 동물들이 설탕을 더 좋아했습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상관성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알코올과 설탕은 영양가가 풍부한 과육에 듬뿍 들어 있는 성분들입니다. 우리 몸에서는 이 두 물질에 대하여 비슷한 보상 체계가 작동하면서 이들 물질에 대한 즐거운 반응을 조절하게 됩니다.

과도하게 섭취한 경우 간에서 인슐린 조절이라는 호르몬 관련 대사 반응이 일어나는 현상도 두 물질에서 유사합니다. 술을 마실 때 당을 함께 섭취하면(맥주+감자튀김등) 간 대사 효소 활성이 증가해 알코올 대사가 더욱 빨라집니다. 즉 탄수화물과 알코올은 생화학적 과정이나 대사 과정의 유사성, 또 과도하게 노출되었을 때 보이는 반응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 물질입니다(딱 살찌기 좋은 조합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훨씬 많은 알코올과 탄수화물이 넘처나는 오늘, 이러한 물질에 대한 탐닉은 결국 모두 진화적 결과의 부작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에 언급한 것처럼 탄수화물과 알코올 모두, 적당한 양의 섭취는 자연계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매우 폭넓은 건강상의 이득도 챙길 수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면 안되겠지만요. 예전에 U곡선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약간 섭취하는 것이 더욱 좋고,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이를 이제 알코올을 넘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탄수화물의 경우도 이 곡선에 적절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거기다가 카페인 같은 물질 또한 동일한 U자 곡선의 형태를 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