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우리 인간이 알코올에 대해서 기분좋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의 진화적 선조들이 알코올의 존재를 맛있는 과일, 즉 칼로리의 보상으로 간주했으며 진화과정을 통하여 이러한 선택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소개하였습니다.

야생에서 과일을 섭취하는 동물은 알코올에 적응하게 되면서 더욱 많은 영양소를 얻을 수 있었고, 더욱 효과적으로 배를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백만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러한 형질은 점점 정교하게 구축되어왔고, 우리 인간에게도 상속되어 우리 역시 알코올에 대해서 기분좋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알코올을 단지 기분좋은 칼로리의 보상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알코올은 신경을 흥분시켜 보다 많은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또한 자연계의 공생과 의미가 있습니다. 과일은 새나 포유류에게 자신의 과실이 더욱 많이 섭취되어야지 자신의 씨를 더욱 넓게 퍼트릴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들은 같은 시간에 더욱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잘 익은 과일의 양은 한정적이고 경쟁 상대는 항상 주변에 있습니다. 그리고 잘익은 과일을 고르고 먹는데 오랜 시간동안 정신을 쏟게 되면 포식자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따라서 알코올이 음식의 섭취량을 늘리는 특징이 있으면 이는 자연스럽게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정말 알코올은 섭식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까요?

한 행동심리학자가 52명의 피험자에게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내용은 간단합니다. 한 그룹은 "밥과 음료수를 먹게하고" 다른 그룹은 "밥에 반주를 곁들이게"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섭취한 음식의 소비량을 측정한 것이었습니다. 어떠한 결과가 예상되시나요? 실험 결과는 반주를 곁들이면 식사 시간이 평균 17%가 늘어났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섭취한 전체 에너지 햠량은 알코올을 제공받은 실험군이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서 무려 30%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즉 알코올 자체만으로도 음식물 소비를 눈에 띄게 증가시켰습니다.

그 후 장기간에 걸친 연구도 진행되었습니다.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걸친 조사에서도 알코올이 음식물 섭취를 증가시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체중이 늘어나는 경향까지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쉽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슬픈 진실이기도 하지요.

음식과 함께 알코올 음료를 즐기는 것은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사회적인 행사가 있을 때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고 요리하지만, 그와 동시에 함께 술을 만들어 마시는 것도 중요한 의식의 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점은 어쩌면 음식물의 영양소와 알코올 발효의 산물이 서로 읽혀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대 인류는 음식물과 알코올의 섭취를 분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 둘을 함께 먹고 마십니다. 전세계의 음식점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술과 음식의 향연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꼭 밤시간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음식과 함께 알코올을 함께 섭취하는 문화는 전세계 어디에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아페르티프(aperitif)'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전주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라틴어로 '열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즉 공식적인 식사가 열리는 동시에 물리적인 소화도 시작되었다는 의미이지요. 또한 음주는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주기도 합니다. 보통 '페어링'이라고 부르는 서로 어울리는 음식과 술의 조화는 미식적으로도 무척 뛰어난 만족감을 줍니다. 물론 그러한 이유가 전체적으로 섭취하는 음식의 양을 늘리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되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설탕이 듬뿍 든 후식과, 달디 단 술(예를 든다면 달콤한 와인등)을 함께 마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단 음식과 알코올을 먹고 마신다면, 참 잘 먹었다는 만족감을 더더욱 선사하게 됩니다. 달콤한 와인 한 잔과 높은 칼로리의 후식을 섭취한 뒤에 느껴지는 만족감은 어쩌면 수백만년동안 포유류가 잘익은 과일에서 느꼈던 그 만족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만족스럽고 긍정적인 경험이 과도한 경우 일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자, 알코올은 우리에게 기분좋은 만족감, 그리고 섭식의 증가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몸 자체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만약 과일을 섭취하는 동물이 알코올에 적응하도록 진화되어 왔다면 알코올이 우리 몸에 해를 가하지 않도록 진화되어 왔어야 할텐데 말이죠. 다음 글에서는 그 점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