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아가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과일에서 얻는 동물들을 과식동물(frugivory)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과일과 함께 알코올도 섭취하고 때로는 취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별다른 문제없이 살아가도록 진화되어왔습니다.

과일을 좋아하는 물고기들도 있습니다. 아마존에서는 우기에 강물에 떨어진 과일을 먹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있습니다. 이때 물고기에게 과일을 제공하는 나무들은 우기에만 열매를 맺고 심지어 물에 깊이 잠겨 있는 상태로도 살아갑니다. 어류와 식물의 아름다운 공존 관계이죠. 하지만 주로 과일을 먹는 동물은 포유동물입니다. 무서운 곰들은 의외로 과일을 좋아합니다. 특히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에는 베리 덤불까지 뒤지고 다니며 열심히 과일을 찾습니다.

초기 영장류들은 5천 5백 만 년 전 시신세(Eocene)시기 적도의 우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곤충을 잡아먹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약 4천 5백만 년쯤 일부 영장류가 열대 우림에 풍부한 과일을 먹는 종으로 분기해 나갔습니다. 영장류는 공간적인 시각 능력을 지니고 (구세계 영장류의 경우) 삼원색 시각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색을 보고 잘 익은 과일을 찾기에 적합합니다. 또 특징적인 손톱과 발톱도 있습니다. 이는 과일의 껍질을 벗기는 데 적합하도록 변형되었죠(우리는 귤껍질을 벗길때 씁니다). 그 후 과일을 주식으로 하는 영장류들이 수천만 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크기를 가진 유인원으로 분기되었지만 과일을 주식으로 하는 것은 동일하였습니다. 모두 현대과학의 화석분석, 특히 이빨 분석으로 얻어낸 정보들입니다.

4백만 년 전 다른 대형 유인원에서 분기해 나온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집단은 보다 다양한 식단을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250만 년 전 두 발로 걸어다니는 유인원이 등장하고 그들의 식단은 선조들에 비하여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동물들을 사냥할 수 있는 그들의 식단에서는 동물의 지방과 단백질이 더욱 중요해졌죠. 하지만 선조들이 과일을 좋아하던 습관은 아직도 유전자 안에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잘익은 과일을 먹고 맛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침팬지는 유전적으로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여겨지는데, 아직도 그들의 식단의 85%는 과일입니다. 오랑우탄, 긴팔원숭이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종일 나무 위에서 잘 익은 과일을 따 먹습니다. 고릴라속 동물들의 경우 세 종류의 진화적 계보를 갖고 있는데, 저지대에 사는 두 고릴라 종은 침팬지와 비슷하게 과일을 위주로 살아갑니다. 다만 고지대 고릴라는 과일을 섭취하지 않는 예외적인 식단을 갖는데, 이들이 살고 있는 산악지대에서는 당분이 많은 과일을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과일을 좋아하는 우리 인간의 선조들, 그리고 인간들 또한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충분한 효소를 지니고 있을까요? 2015년 미국 과학원회보에서 발표된 논문의 내용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분자 진화학자 캐리건(Matthew Carrigan) 교수는 19종 영장류의 알코올 분해 효소(ADH)를 분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인간과 침팬지, 그리고 고릴라의 공통 조상들이 다른 영장류들보다 알코올을 40배 이상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도록 진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인간은 침팬지와 공동 조상으로부터 뛰어난 알코올 분해 효소능력을 물려받았던 것입니다.

자, 이렇게 인간은 과일을 좋아하던 선조의 유전자를 여전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알코올을 잘익은 과일과 동일시 여겼으며 그것으로부터 즐거운 보상을 받았습니다. 음식은 우리에게 즐거운 기분을 선사합니다. 탄수화물이나 동물성 단백질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그와 동일하게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도 동일하게 신경을 흥분시켜 우리에게 즐거운 기분을 들게 합니다. 그리고는 더 많은 음식을 찾도록 부추깁니다. 그래야지 생물이 살 수가 있는 것이죠.

야생에서 과일을 섭취하는 동물들은 알코올에 점점 적응하도록 진화되었고, 그로인해 더 많은 영양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진화의 결과물을 인간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동물들과 동일하게 알코올에 적응하면서도 알코올에 의하여 특정한 자극을 받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에, 알코올을 섭취하면 즉 술을 마시면 동일하게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맛있는 음식, 잘 익은 과일을 먹는 것과 같은 보상입니다. 인간이 알코올을 선호하는데에는 오랫동안 이어진 진화의 결과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사설 하나만 더 붙여봅니다. 적도 열대 우림에서는 접할 수 있는 과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과일을 좋아하는 우리 선조 역시 많은 종류의 향기를 접하게 되었을 겁니다. 따라서 그러한 다양한 향 분자를 감지하고 선택하는 능력 또한 함께 진화해 왔을 겁니다. 이 향기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과일, 그리고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거니까요. 인간도 그러한 능력을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후각은 생각보다 무척 예민하며 다채로운 향기를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알코올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향기에 여전히 민감하며 여러가지 향들을 좋아합니다. 시트러스와 꽃향기가 나는 맥주를 찾고, 진한 검붉은 베리와 약간의 나무향이 곁들여진 와인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향기와 맛의 총집합은 칵테일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칵테일은 기본적으로 베이스로 도수가 높은 알코올을 넣고 여기에 여러가지 천연재료로 만든 리큐르들을 섞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일쥬스 자체를 섞는 경우도 있습니다. 씁슬한 맛을 내는 비터스를 약간 첨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우리의 입맛은 야생에서 맛보았던 그 과일과 알코올의 향과 맛을 잊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