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호르메시스(hormesis)라는 단어를 한번 소개해보겠습니다. 독성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개념으로, 가령 해로운 물질이라도 조금씩 지속적으로 먹다보면 인체에 좋은 효과를 줄 수도 있다는 개념입니다. 즉 낮은 농도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의미입니다. 혹은 preconditioning라는 단어로 얘기할 수도 있는데, 가령 약간의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먼저 주면, 그 이후에 만나게 되는 스트레스에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실적으로 얘기한다면, (요즘 분위기에서는) 백신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가 되겠죠. 혹은 첫 직장에서 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을 배운다면, 이는 그 이후의 직장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낮은 농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높은 농도거나 혹은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안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백신은 기본적으로 방어하고자 하는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의 물질을 소량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아무것도 안하면 당연히 아무런 효과가 없고, 너무 많은 양을 투여하면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맙니다. 첫 직장에서부터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니면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둘다 그 훗날의 직장생활을 생각해볼때 그리 도움이 되는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