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에서 술의 종류는 '양조주', '증류주', 그리고 '혼성주'로 나뉜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세상 모든 일에는 그렇게 된 이유가 있기 마련이죠. 술이라고 예외가 있을 수는 없어요. 술의 종류가 저렇게 나뉜데에는 사실 세계의 역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세계역사에서 술이 빠질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 인류는 매우 오랜시간 수렵과 채집 시기를 겪었어요. 자연에 존재하는 동물과 싸우며 운좋게 이겼다면 그 결과 고기를 얻을 수 있었죠. 또한 과일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들 중 사람이 먹어도 되는 종류를 알게 되었고 그 결과 당분을 섭취할 수가 있었죠. 그리고 인간 손에 닿지 않아 자연스럽게 떨어진 과일들, 혹은 당분이 있는 수액들은 자연의 섭리로 알코올로 변했죠. 인류는 우연히 그 술을 발견했어요. 자연스럽게 양조주를 발견하게 되었고, 어느순간 직접 만들기도 했었죠. 알코올 발효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서 가만히만 놓아도 자연스럽게 양조가 되는 자연 물질도 많아요. 예를 들어 야자수액은 그릇에 담아놓기만 하면 며칠이내로 바로 술로 변합니다. 그렇게 인류는 양조주를 자연스럽게 즐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점차 인류는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는 기술을 익히게 되었고, 농경이 시작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혁명이었죠. 이제 인류는 한 곳에 정착하게 되었고 여러 도시와 다양한 계급체계가 생겨났습니다. 인류가 재배하는 곡물의 양은 급속도로 늘어났고, 우리 인류는 이 곡물로 술을 만드는 기술 또한 발견하였습니다. 인구에 비해서 생산되는 곡물의 양이 풍족한 경우도 많았고, 이를 술로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즐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술의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죠.

도시를 이루어 발전하던 인류는 점차 교류를 시작하였습니다. 여러 큰 제국들이 나타나고 쇠락하고 전쟁에서 이기고 지면서 세계사를 만들어 나갔죠. 전쟁에서 군사들의 사기를 놓이기 위하여, 그리고 교역물품으로 양조주들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양조주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쉽게 부패하여 상품가치가 없어지는 것이었죠. 그러는 중 9세기경 이슬람 사람들이 증류기술(알렘빅)을 발명합니다. 이슬람 문명은 서쪽으로는 유럽으로, 동쪽으로는 아시아로 넓은 교역을 하였고, 자연스럽게 증류기술 또한 전파되게 됩니다. 양조주를 증류해서 알코올이 높은 증류주로 만들면, 새로운 맛이 나는 보존력이 월등한 술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제 로컬로만 양조되던 술들이 배안에서 오랫동안 보존되면서 다른 세계로도 전파되게 됩니다.

15-16세기에는 유라시아 문화간의 이동을 넘어 이제 구대륙과 신대륙 사이의 교류가 이루어집니다. 신대륙에서 새롭게 가져오는 온갖 향신료, 과일들은 구대륙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술 문화 역시 더욱 다양해집니다. 다양한 혼성주가 탄생하게 되고, 증류기술은 신대륙으로 넘어가 데킬라나 럼주등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또한 신대륙에서 넘어온 고구마같은 작물들은 북유럽에서 아쿠아비트 같은 증류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여러 양조기술들이 발전합니다. 연속 증류기의 탄생이 중요한데, 이로 인하여 증류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집니다. 과일에 비해 곡물로는 더욱 많은 양조주를 만들 수 있고, 이를 증류주로 변환하면 더욱 맛이 좋은 술이 나왔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들이 저렴한 가격에도 구입이 가능해지자 전 세계에서는 증류주 열풍이 일어납니다. 유럽을 휩쓴 압생트나, 영국의 진, 아메리카의 럼등은 산업혁명시기 힘든 사람들이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술들이었습니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해 밤이 낮처럼 바뀌자 사람들은 술을 더욱 많이 마시게 되었죠.

이제 20세기 이후에는 글로벌 시대가 찾아옵니다. 술 또한 온 세계에서 만들어진 술들을 한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종류의 술과, 주스, 과일등을 조합한 술이 나타나는데, 바로 칵테일이 탄생합니다. 여러 문화가 뒤섞인 이민국의 나라 미국에서부터 칵테일이 만들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겠죠. 이 칵테일은 전세계의 호텔문화와 어울어져서 전세계적인 문화로 자리잡습니다.

이제 와인샵을 가면 전세계에서 만들어진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칵테일바에 옹기종기 모여서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라벨의 술 또한 모두 전세계에서 만들어져서 한 자리에 모인 술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시대, 술 또한 글로벌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렇게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하여 왔습니다. 알고보면 우리는 지금 제법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죠.